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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TORY
작품과 장소
봉준호 감독의 「기생충」(2019). 기택 가족이 오르내리던 자하문 고개, 그 위에 창의문이 있다.

창의문에 서서
"여기가 위아래를 가르는 자리구나"
서울 성곽의 사대문 사이에 낸 문이다. 자하문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고, 아래를 지나는 터널이 그 이름을 물려받았다.
문은 고개 꼭대기에 있다. 한쪽은 도심 쪽으로 내려가고 반대쪽은 부암동으로 이어진다. 서 있는 자리가 딱 경계다.
그곳에서의 생각
영화는 위와 아래를 계속 나눠 보여준다. 박사장네가 있는 높은 동네와 기택네가 사는 반지하, 그 사이를 잇는 계단과 언덕.

영화에서 계단은 그냥 길이 아니다. 기택 가족이 박사장네에서 도망쳐 나와 끝없이 내려가는 그 장면은, 대사 한 줄 없이 두 집안의 거리를 보여준다.
창의문에 서보니 그 거리가 지어낸 게 아니었다. 문 하나를 두고 양쪽 풍경이 다르다. 봉준호 감독은 일상에 늘 있지만 잘 안 보이는 것을 집어내기로 알려진 사람인데, 이 고개도 그렇게 눈에 들어온 자리였을 것이다.